자해는 자살시도와는 다릅니다. 죽으려는 것이 아니고 지금의 고통을 멈추고 싶다는 신호입니다.
청소년이 자해라는 '비상구'를 찾는 4가지 순간들과 겪고 있는 대표적인 상황들입니다.
'아무도 내 편이 없어' - 대인관계가 단절될 때
가장 흔하고 강력한 방아쇠입니다. 부모님과의 심한 다툼, 친구 그룹에서의 소외(은따/왕따), 믿었던 친구의 배신 등 '중요한 관계'가 끊어질 위기에 처했을 때, 거절당했다는 수치심과 혼자 남겨질 것 같은 공포가 밀려옵니다. 마음의 통증이 너무 커서, 차라리 몸의 통증으로 그 외로움을 덮어버리려고 합니다.
'나는 망했어, 숨이 막혀' - 학업 및 성취 압박
시험을 망쳤거나,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느낄 때, 혹은 미래가 보이지 않아 막막함이 극에 달했을 때입니다. '이번 생은 망했어'라는 절망감과 짓 눌리는 듯한 압박감을 느낍니다. 내 인생인데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느낍니다. 유일하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'내 몸'뿐입니다. 자해를 통 해 상황에 대한 '통제감'을 회복하려 합니다.
'나 같은 건 벌을 받아야 해'- 자기 혐오가 들 때
작은 실수에도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자책하는 완벽주의 성향의 아이들에게 나타납니다.타인에게 화를 내는 대신, 그 화살을 자신에게 돌립니다. '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야','이런 실수를 하다니 죽어야 해'라고 생각합니다. '자기 처벌'의 의미입니다. 스스로 벌을 줌으로써 죄책감을 덜어내려고 합니다.
'내가 살아있는 게 맞나?'- 감각이 마비될 때 (해리 증상)
우울증이 오래 지속되어 슬픔조차 느껴지지 않는 '멍한 상태'가 계속될 때입니다. 마치 꿈속을 걷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고, 내가 유령이 된 것 같은 공허함을 느낍니다. 피를 보거나 통증을 느낌으로써 '내가 살아있음'을 확인하고 현실로 돌아오려고 합니다.
나를 지키는 구체적인 방법들
자해 충동은 거대한 파도와 같습니다. 아주 강력하게 밀려오지만, 최고조에 달했다가 반드시 가라앉는 순간이 옵니다. 그 '위기의 15분'을 안전하게 넘길 수 있습니다.
- 고통을 안전한 감각으로 대체하기(대체 행동): 붉은 펜으로 낙서하기, 종이 찢기, 얼음쥐기
- 시간을 10분만 늦춰보기: 충동이 들 때 10분만 참아보자고 스스로 말해보고, 좋아하는 곡을 듣거나 유튜브에서 웃기는 영상을 보거나, 찬물로 세수하기 등을 하면서 10분을 넘겨보면 충동이 낮아져 있을 것입니다.
- 나를 안아주기(나비 포옹법): 스스로 토닥여주는 동작입니다. 두팔을 교차해 왼쪽손과 오른쪽 손을 번갈아가며 어깨를 톡톡 두드려줍니다.
부모님이 발견했을 경우 절대 하지 말아야 할 3가지
① 화내거나 비난하지 마세요
'미쳤니?', '부모 속 뒤집어놓으려고 이러니?', '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!' 등의 말은 아이를 더 깊게 숨게 만듭니다.
② '관심 끌려고 하는 행동'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
자해는 관심을 끄는 수단이 아니라,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잊기 위한 '생존 본능'에 가깝습니다. 꾀병이나 쇼(Show)로 치부하면 아이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립니다.
③ 이유를 집요하게 추궁하지 마세요
'도대체 왜 그랬어?'라고 물어도 아이는 대답하기 어렵습니다. 자신도 왜 그랬는지 모를 만큼 혼란스럽거나,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행동으로 옮긴 것이기 때문입니다.
부모님이 꼭 해야 할 3가지
① 상처 치료가 최우선입니다
발견 즉시 훈계보다 치료를 먼저 해주세요. 아무 말 없이 약을 발라주고 밴드를 붙여주는 행위 만으로도 아이는 '엄마(아빠)가 나 를 소중히 여기는구나'라는 느낌을 받습니다.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면 즉시 데려가 주세요.
② '아이의 감정'에 집중해 주세요
자해라는 '행동'이 아니라, 그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'마음'을 읽어주세요. '네가 이렇게까지 할 만큼 많이 힘들었구나'라 는 한 마디가 아이를 살립니다.
③ 위험한 도구는 조용히 치워주세요
아이의 방을 뒤지거나 강압적으로 압수하기보다는, 아이와 상의하여 위험한 물건을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치우는 것이 좋습니다.
아이와 대화할 때 이렇게 말해주세요 (대화 팁)
- 나쁜 예 (심문형)
'너 학교에서 무슨 일 있어? 누가 괴롭혀? 왜 말을 안 해!'(아이는 자신이 문제를 일으킨 죄인이라고 느껴 입을 닫습니다.)
- 좋은 예 (공감형 '나 전달법')
'엄마(아빠)는 네 상처를 보고 너무 놀랐고 마음이 아팠어. 네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어서 걱정이 많이 돼. 네가 준비가 되면, 언제든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.'
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
부모님의 사랑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깊은 마음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.
- 대화가 단절되어 소통이 어렵거나 불가능할 때
- 자해의 빈도가 잦아지거나 상처가 깊어질 때
- 죽고 싶다는 표현(자살 사고)이 동반될 때